첫면회

from 여름journal 2008. 2. 2. 19:48
동생에게 다녀왔다.
태종대 해안경계부대로 배속받아 면회가 가능했다.
앞으로 예비군 부대에서 3개월씩 해안초소로 나가 근무를 선다고.

나는 백일휴가때까지는 외출은 물론이거니와 면회도 생각지 못했었는데
동생은 다음주쯤에 외박까지도 보내준다고 한다.
편해졌구나 하고 놀려줄 생각이었지만
얼굴을 보니 무엇보다 반가움이 앞섰다.

전날 혹한기 훈련을 다녀왔다더니
엉거주춤 달려오는 동생의 모습은 확실히 헬쓱해 보였고
오랜만의 재회에 눈시울이 붉어져 있었다.

그 마음을 나 역시 잊지 않고 있지만
상황이 틀렸다. 그때는 숨겨야할 일이 없었으니까.
나는 엄마의 수술에 대해 이야기했고
동생은 기어코 참고 있던 눈물을 터뜨리고 말았다.

-
물론 안심할 수 있도록 충분히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수술은 잘 끝났고 재발할 확률은 낮다고
한동안 식이요법을 잘 실행하면 충분히 완치가
가능하다고.

그리고 비로소 마음이 놓였다.
단지 비밀을 털어놓은것 뿐이지만
그것으로 응어리 같았던 12월의 잔향이
내 안에서 말끔히 가셨다.

-
동생은 안에서 보내는 시간은 더딘 반면에
바깥은 너무 순식간에 지나가 버리는 것 같다고
너무도 이등병 다운 이야기를
무슨 깨닳음처럼 조심스레 꺼냈다.

그렇지. 그곳에서는 그런 이질감을 항상 품고 살아야 하니까
아무래도 느낄 수 밖에 없다.
그래도 복무기간을 마치고 나올때 즈음에는
그런 시간도 결국에 스스로 사용하기 나름이라는것을
배우고 나올수 있기를.

아무쪼록, 힘내라. 창환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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