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에 쓴 다이어트 시작하겠다는 글을 마지막으로 업데이트가 없었다는 것은,
바꿔 말하면 더 이상 적을 내용이 없었다는 뜻이며,
블로그에 들어올때 마다 마음이 아파 누가 볼세라 뒤돌아 나갔던 내 모습에 대한 반증이고
짧게 말해 다이어트는 실패했다는 의미인 것을 나도 물론 알고 있다.
다만, 한번도 성공한적이 없는 다이어트인만큼,
이제는 삶에 얽히고 엉겨붙은데다 일상 속 깊숙히 개입하고 있어서,
하루에도 여러번 번민에 시달리는 것이다.
머리 굴릴 시간에 몸을 굴려야 마땅하다는 선지자들의 지혜는
실행까지 옮기기에 너무 힘이 든다.
퇴근 후에는 오행산에 봉인된 죄인처럼 소파에서 일어나는 것 조차 힘이 든다.
어린 시절 내가 상상했던 마흔 언저리의 그림은 과연 이러했던가
자괴감과 부끄러움을 무릅쓰고서라도 소파를 지키려 하는 의지는 과연 존중받아야 할까
며칠 후 등반을 목적으로 한라산으로 간다.
건강은 결국 반복에서 피어나는 과실이며 극적인 계기라는 허상을 기대해서는 안될 일이지만
시도라도 반복해보려 응하였던 것.
봄동과 상추처럼 지금 심지 않으면 때를 놓치는 모양이 될수도 있을거라는
막연한 짐작으로 안개서린 강가로 배를 내어본다.
마흔하나였다가 다시 서른아홉이 되었고 다시 마흔을 경험하는 해이지만
여전히 시야는 혼탁하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