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 수업까지 일과를 전부 마치고
교문을 나설때 시간은 이미 열시가 훌쩍 넘어가 있었다.
피곤한 몸은 추위를 받아들이지 못하고
목덜미에는 불필요한 힘이 들어가서
걸음걸이는 의도와는 다르게 엉성해졌다.

울컥하는 마음은 물론이거니와
조금이라도 몸을 덮혀보자는 생각에 엉거주춤 뛰었다.
분식집에서 발걸음을 멈춰 충동적으로 떡볶이를 삼천원어치씩이나 사서는
검은 봉다리에 담아 두손을 번갈아 덮히다가, 아예 가슴팍에 포개어 안고서
가깝고도 머나먼 자취방으로 향했다. 

슬플 도(悼)는 마음(心)과 높은(卓)이 합쳐져서 만들어진 한자다.
가장 높이 흔들리는 마음이 슬픔이라고.

한자를 한글자씩 풀어서 배우다 보면 그 뜻이 대부분
농사나 전쟁이야기 혹은 남존여비 사상이 대부분이지만
가끔씩 속뜻의 깊이에 고개가 끄덕여질 때가 있다.
외로울 고 : 오이(瓜)처럼 외로운 아이(孤), 이라든가
사모할 련 : 작고 작은 말들을 전하고픈 마음(戀),
같은 재미있는 말도 많다.

대체 왜 이런 이야기를 끄적인거냐 하면
요한 요한슨의 곡이 너무 따뜻하고 슬퍼서.
슬픔보다 더한 마음은 파동은 없기 때문에
슬픔은 슬픔으로 위로하고 치유하는거다.

떡볶이는 남아서 내일 아침 반찬은 푸짐할 것 같다.
喜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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