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장 3개월 분 끊어놓았던게
어느새 목욕탕 3달치 미리 내놓은걸로 바뀌어 버린듯한 기분이 들어서
더욱 더 씁쓸해진 모양새로 젖은 머리를 털며 건물을 나섰다.
밤 하늘에는 반달이 멀겋게 비집고 들어가있고
드문드문 가로수밖에 없다고 생각한 동네에서
숲의 향기가 짙고 두껍게 깔려있다.
벌써 니들은 여름을 그리는구나.
나도 사실 여름을 기다린다.
여름엔 방학이겠지.
과제도 시험도 없다.
실상 시험이 끝났다고 마냥 좋아할 수가 없었던거다.
이놈의 조모임은 맨날하고 밤새는것도 예사로 해먹는다.
타인에게 폐끼치지 않기 위해서
라는 명목하에 서로를 부여잡고 놓아주질 않는다.
과제는 쌓여만가고, 오늘밤 나와 함께 할 노트북에서는
자판위의 손가락들을 덥썩 물어 뜯어버릴것 같은 흉폭함이 느껴진다.
이럴때 노트북을 어르고 달래는 것 또한 내가 할일이다.
사실 이방에서 다른 사람이 해줄만한 일은 없다.
그저 내가 미루어 쌓여가는 일들이 존재할 뿐이다.
항상 하는 말이지만 바쁜게 싫지는 않은데 놓치는 것들이 아쉽다.
나의 결핍은 나의 연민에 대하여 부정적이다.
둘은 날때부터 사이가 안좋았다.
달이 웃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