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om 여름journal 2008. 7. 31. 13:17

기숙사에서 적당히 점심밥을 때우고 건물을 나서니
캠퍼스는 사방에서 뿜어져 나오는 매미 우는 소리로 넘치기 직전이었다.
좀전에 내린 비로 습기가 더해진 후덥지근한 공기는
매미소리와 섞이게 되면 묘한 최면 효과를 갖는 모양인지
나는 현실감을 잃고 층계참에 잠시 걸터 앉았다.

앉아있는 나는 교정이라는 단어에 대해 생각하고 있었다.
단지 교정의 정()이 정(情)과 음이 같기 때문에라도
나는 대학의 캠퍼스를 교정으로 부르고 싶지는 않았다.
학교에 대한 애정이 이렇게 까지 없다니 스스로 생각하기에도
조금 너무한다 싶지만, 역시 어쩔 수 없는거라는 생각이 든다.
정(情)은 구태여 억지로 가장할 것도 없는 감정이잖은가.

내일이면 MOS강좌도 시험도 모두 끝난다.
내일 저녁에는 아마도 정동진에 가 있을 것 같다.
하지만 지금의 관심은 몽골에 가있고
마음은 하루키와 함께 각자의 시드니로 돌아가 있다.

컴퓨터실 창 밖으로 다시 비가 내리기 시작한다.
매미 소리가 끊긴것도 이제야 알아차렸다.
원도우 기본 바탕화면의 푸른 언덕이 낮설지 않은걸 보면
아직도 나는 턱없는 꿈을 꾸고 있는 건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또 뭐 어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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