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온지 여흘정도 되었을라나.
금새 개강한 마지막 학기는 익숙한 소리를 내며 굴러가고 있다.
습하고 더운 날씨는 여태껏 이어지고 있기에
나는 캐나다에서 스치듯 잠시 만났던
가을의 안부만 애타게 기다리고 있다.
그리웠던 내 나일롱 기타와 디피 건반과 인사를 나눴고
기타등등 친구들과도 오랜만에 만났다.
변함없는 사람들은 항상 여전하고,
덕분에 돌아왔다는 기분이 선명해진다.
나름 대청소도 했다.
오늘 새벽 외박미수판정으로 용재방에 놀러갔을때
어지러진 방 청소 좀 하라고 구박해놓고는
정작 나도 돌아와서는 처음으로 청소한 듯.
맡겨둔 정장이 드라이클리닝이 끝나는데로
취업용 증명사진도 찍으러 가야하고,
내일 즈음이면 처음 본 오픽점수도 나온다.
돌아오면 오랜만에 공중 목욕탕에 들러야겠다 생각했었는데,
그것과 관련해서는 왠지 모르게 게으름을 피우고 싶은 기분이 되어버린다.
처음에는 이 동네의 어둑하고 좁은 거리, 차들로 빽빽한 도로,
그만큼의 매연과 회색 눅눅한 하늘을 보면서
그동안 어디 실험체로 끌려가 머리에 전선 주렁주렁달고
행복한 꿈만 잔뜩 꾸다가 풀려난건 아닌가
진지하게 고민해보았더랬다.
하지만 꿈이라면 깨야지.
전부 내맘대로 굴릴 순 없는 세상이
아직은 즐겁다.
일주일동안 몸은 적당히 상했지만
온기는 상당히 충전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이렇게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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